부산일보 부산권 정신병원협의회 초대회장 김종천 세명병원장 |
"환자 권리 최우선하는 풍토 만들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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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족한 부산권정신병원협의회 초대회장으로 추대받은 김종천 세명병원 원장의 말이다. 협의회는 부산·양산·울산 지역 정신병원 35개소 원장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김 신임회장은 의사 출신이 아니다. 브니엘고-중앙대-뉴욕주립대를 차례로 나온 그는 지난 1991년부터 수원 협성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세명병원 원장이 됐다. 전공은 사회복지학. 미국 뉴욕에서 정신병원 운영 등에 관한 공부를 3년간 따로 했다고 한다. 박사학위 논문도 '정신장애인의 욕구 결정요인'이다. 부친은 지난 2002~06년 금정구청장을 지낸 김문곤씨.
기준 만들어 품위 떨어뜨리는 병원엔 불이익
정신질환자에 대한 애정·서비스정신 절실
과거에는 일부 정신병원이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변화했다고 김 회장은 강조한다. "창립총회 때 수준이 떨어지는 정신병원은 협의회 차원에서 도태시켜야 한다는 데 많은 병원들이 공감했습니다. 앞으로 기준을 만들어 정신병원 품위를 떨어뜨리는 병원은 불이익을 주도록 할 계획입니다."
현재 정부의 정신질환자 관리 기조는 사회 환원이라고 한다. 병원에만 있지 말고 사회로 복귀해 취직도 하고 이웃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취지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할 사회기반시설과 국민들의 자세가 미비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환자들을 내보낸다는 것은 방치나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의 경우 패스트푸드점 직원 가운데 30~40%가 정신질환자라고 한다. 우리나라 정신질환자들은 사회에 돌아가도 취직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을 지원해줄 행정체계나 프로그램도 미약하다. 신체장애인들보다 더 열악한 현실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5년에 만들어진 정신보건법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가 먼저 손꼽는 법의 맹점은 의사와 환자의 비율을 너무 높게 잡아놓은 것이다. "환자 60명당 의사 1명을 두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 모든 병원이 규정을 지키기가 힘듭니다."
김 회장은 대안을 제시한다. 의사가 아니더라도 임상심리사, 정신보건간호사 등 관련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면 의사확보규정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법 규정 취지가 병원 종사자들의 임금을 높여주자는 것이 아니고 환자 권리를 회복하자는 데 있다면 대안 모색도 해볼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 건물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애정과 서비스정신이 정신병원 종사자들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세명병원부터 시작해서 정신병원협의회 소속 병원 모두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 회장의 각오가 다부지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