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이사장님 이래도 됩니까
재단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모교가 이 지경으로 야단법석인데도 나 몰라라 외면하고 방치하시겠습니까.
모교는 총장의 대학운영능력 부족과 총장이 해선 안 될 특정 대선후보의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참여로 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탄의 소리로 아수라장이 되고 있으며 이러다가는 대학이 큰 혼란에 빠져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가고 말 겁니다.
대학은 자율과 독립성 수호의 상징적 존재인데 대학의 최고책임자인 총장이라는 사람이 그 위상과 책임에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어 많은 동문들로부터 의구심과 함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모교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모교의 책임을 뒤로한 채-학교경영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고 모교의 위상을 추락시킨 책무에도 불구하고-개인적인 영달을 위해 도덕적인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키며 정치의 진흙탕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는 것 같습니다..
최근 도하 신문, 방송 등 각 언론매체는 박범훈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사를 사설에부터 컬럼에 이르기까지 연일 도배하고 있으며, 모교의 교수, 동문들이 그의 정치참여를 규탄하는 소리가 높아 모교는 물론 동창회의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을 마비시킬 정도로 떠들썩합니다. 이뿐입니까. 이 소식을 접하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곱지 않음을 느낍니다.
일개(?) 대학총장의 정치참여에 대해 이같이 언론의 사설에서 컬럼에 이르기까지 지면을 도배한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정말로 교육자로서 총장의 행동과 인격에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모교 90여년 역사에서 일찍이 이런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잖아도 몇 년 전부터 위상이 추락된 모교에 대한 걱정이 태산 같았으나 엎친 데 덮친 데 격으로 총장이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망신살이 뻗친 그의 행동이야말로 동문의 한 사람으로 치욕과 함께 울분을 느낍니다.
이사장님께서는 당신께서 직접 임명한 총장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입니까. 아니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줄이나 알고는 계시는지요. 아시면서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시는 것입니까. 정말로 가슴을 쓸어내리는 이 심정 어디에 비유하겠습니까. 이런 마음은 20만 동문과 재학생들 모두의 마음입니다.
김희수 이사장님,
그동안 많은 동문들이 모교발전에 대한 대책을 세세하게 지적하면서 대개혁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총장을 비롯한 모교 구성원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이를 비판하는 우리를 적인 양 규정하고, 오히려 이에 대한 반발(?)이나 하듯이 발전적변화가 아닌 침체와 수렁으로 빠져가는 모습만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중앙대학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는 박 총장 취임 이래 나타난 각종 통계자료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참말로 망연자실한 마음 가눌 길 없습니다. 이사장님은 이같이 대학이 그 대학의 성장률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가 해가 갈수록 더욱 저평가됨으로써 재학생은 장차 취업걱정에 한 숨을 내쉬어야하는 어려움을 안아야 하고, 동문들은 나날이 추락하는 모교의 모습과 일취월장하는 타대학의 모습을 멀건이 보며 깊게 파인 자긍심의 상처를 달래며 속앓이를 하고 있는 줄을 알고는 계시는지요? 그래도 이런 대학의 위기를 방치하실 작정이십니까.
일전 어느 모교 재학생이 현체제로는 중앙대학교는 곧 망할 것 같다는 호소와 함께 동문들이 적극적으로 대학의 변화의 소리를 내어달라는 절규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동문의 한 사람으로 울화가 치밀어 일본으로 달려가 이사장님을 질타하고 싶었습니다.
이사장님, 이 사태를 어찌하실 요량으로 그렇게 吾不關焉하십니까.
김희수 이사장님,
이사장님은 현해탄을 건너 피눈물 나는 역경을 극복하면서 그 많던 재산을 쏟아부어 충성어린 마음으로 고국에서의 교육사업에 헌신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고마움과 함께 이사장님의 숭고한 정신은 「의에 죽고 참에 산다」는 모교의 정신을 발휘하신 그야말로 모교의 역사에 길이 남을 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희수 이사장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사장님이 손수 임명하신 박범훈 총장은 재임 2년8개월간 대학의 경영 미숙으로 모교의 위상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공업혁신센터 탈락, SCI 28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의 저평가, 사립학교경영평가 최하위 등 모교의 발전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으니 모교의 갈 길이 너무나도 뻔할 것으로 생각하니 서글프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대학의 위상을 추락시킨 장본인인 데도 학교발전을 위한 혼신의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힘 있는 정치권에 빌붙어 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얄퍅한 속으로 스스로의 치부를 카무플라지하고 있는 모습이 실로 가관입니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대학사회에는 실력 없는 교수가 후배가 힘써 집필한 논문이나 저서에 자기 이름 하나 얹어놓고 공동연구실적으로 인정받으려고 하는 인간군이 있다는 걸. 그 대신 선배되는 교수는 후배에게 다른 혜택을 주기로 약속한다더군요.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 같지요? 천만에요. 양심과 비양심을 경계하는 담쟁이 위에서 남의 연구에 다리 하나 걸쳐놓고 학자의 양심을 팔아먹는 행위를 두고 교수나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무임승차> 또는 <말타기>라고 자조 섞인 비유를 한다더군요. 결국 그것이 들통이 나면 개망신은 물론이고 그의 학문이력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囹圄의 몸까지도 되는 그런 것 말입니다.
혹시 박범훈 총장도 정치의 힘을 빌려 학교발전을 꾀하려는 <말타기> 또는 <무임승차>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학교 내부의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요.
내가 보기에는 그는 그러고도 남을 사람입니다. 왜냐구요? 옛 선현들은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를 말라> 했습니다. 또 辭不觀面에 飢不啄粟이란 말이 있습니다. "봉황은 천길을 날지만 배가 고파도 좁쌀은 먹지 아니한다" 라는 말로 요즘의 세태에 많은 뉘앙스를 던져 줍니다. 辭不觀面은 사양할지언정 부탁하거나 눈치보거나 하지 않는다는 역시 군자나 양반으로서의 자존심을 말하는 것인데, 우리의 박범훈 총장님은 우리의 전통과 미덕을 다같이 숭상하고 이를 음률로 승화시킨다는 분이 선현들의 말씀을 외면한 채 어쩌자고 우리의 전통음률에 모독을 가하는지 모르겠군요. 그렇다면 그의 음은 분명히 邪가 끼어있는 背叛의 音이 분명할 터.
내친 김에 한마디 더하지요. 박 총장이 國樂을 하고, 그래서 君子然하기에 하는 말이지만 군자는 禮, 樂, 射, 御, 書, 數 등 六藝를 잘해야 한다 했고 그중에서 두 번째로 높이 평가한
樂을 강조했으니 樂을 하는 박 총장은 더더욱 이를 따라야 할 터인데 그는 세속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 天地分揀을 못하니 그는 음악인이 아니라 音律을 戱弄하는 위선으로 무장한 저급한 樂人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이사장님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그의 행태가 그 한 몸의 영광과 오욕에 그친다면 더할 말이 없지만 그는 결코 개인이 아니요 중앙대의 현재와 미래를 두 어깨에 짊어진 공인이기 때문에 그 같은 정치적인 행위는 분명 교수와 재학생 및 동문들의 동의를 받고 행동했어야 온당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우리들 중앙인 식구들을 배신했다는 것입니다. 총장의 직위를 이용, 개인의 영달을 꾀하는 것은 20만동문의 자존심을 시궁창에 쳐박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와 부화뇌동하는 학내의 일부 사람들과 이를 외면하는 동문들도 언젠가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이런 총장을 둘러싼 학교의 일부 구성원들 역시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무사안일과 철밥통 으로 무장한 無腦兒적 행태에 있다고 말씀을 드립니다. 그 때문에 그는 분명 중앙대의 미래에 해악을 끼칠 것이 틀림없어 보이며, 전진하는 역사의 물결을 역류하는 逆鱗의 천재로 판단되어 감히 이사장님께 청컨대 泣斬馬謖의 심정으로 퇴진시키시고 새 시대의 새벽을 여소서. 예부터 이를 두고 開闢이라 했던가요. 오늘의 우리 중앙대는 분명히 開闢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희수 이사장님,
모교 구성원들은 모교 추락의 시작이 재단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나 지금까지 모교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일련의 사태를 보면 재단 탓만 할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론적으로 총장을 비롯한 일부 보직교수들의 무사안일과 재단에 책임을 미루는 책임전가가 빚어낸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모교 발전에 대한 비전이 없이 그저 적당히 세월만 보내면 된다는 식이라면 타산지석의 교훈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타 대학을 귀감삼아 우리도 더 늦기 전에 무한경쟁의 대열에서 치고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앞서가는 대학의 모습은 결코 우리 같지 않더군요. 예를 들어 연구중심 대학육성, 대학의 특성화, 인사제도, 대학구조조정등 대 변혁으로 변화를 가져와야할 중대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학이 서기 위해서는 현재의 체제하에서는 기대 어려운 오늘의 현실입니다.
야구에서 위기가 왔을 때 투수교체는 빠를수록 좋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김희수 이사장님,
모교가 더 이상 혼란에 빠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이를 해결하시지 못하시면 모교는 엄청난 시련에 함몰될 것이며 이사장님이 교육 사업에 헌신하신 그 숭고한 뜻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이사장님의 현명한 판단아래 하루빨리 가시적인 조치가 계시기를 기대합니다.
2007.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