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승합차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최근에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영화 ‘에델과 어니스트’를 보았다. 동화책 <눈사람 아저씨>로 잘 알려진 영국의 동화작가 레이먼드 브릭스의 부모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이 책은 1999년 올해의 영국 도서상에서 ‘최우수 그림책 상’을 수상하였는데, 레이먼드의 동료 애니메이터인 로저 메인우드가 원작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TV페인트’ 기법으로 만들었다.
영화의 내용은 하녀 에델과 우유배달부 어니스트가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평생 함께 늙어가는 시간을 다루었다. 가장 평범한 영국 부부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부부의 삶이 흥미롭다.
라디오에서 처칠의 덩케르크 철수작전 연설문이 들리고, 국가 정책에 따라 부부는 아들 레이먼드를 시골로 대피시킨다. 시간이 흐르며 주 연료가 석탄에서 전기로 바뀌고, 기술의 발전 또한 변화되어간다.
어니스트가 신문을 보며 곧 TV가 나온다고 하면, 에델이 그게 뭐냐며 묻고 답한다. 이렇게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며 요즘 우리의 주변을 생각해본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어 먹고 사는 데는 좋아졌지만,
100세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모두들 고민이다. 서울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는 ‘요즘은 돈이 있으면 편리하고 폼 잡을 수 있다. 생존에 필요한 단계까지는 수입이 늘면 행복감도 함께 커진다고 한다.
그러나 돈이 많으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은 마음도, 남을 도와줄 마음도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혼자 여행을 가고, 혼자 여가를 즐기고, 혼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사람은 누구나 결핍의 존재로 신이 아니기에 완전할 수 없으며 사는 동안 상실과 고통도 경험하게 된다. 부모의 죽음이나 이별을 겪기도 하고, 경제적 몰락에 내몰리기도 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대가가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직장이나 사회에서 동료의 괴롭힘으로 마음고생을 하기도 한다. 경제력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가 젊어서는 남들이 인정하는 일만 좇았고, 그렇게 살다보니 좌절과 욕심만 늘었다.
20대는 도전하고, 30대는 충성하고, 40대는 성공하고, 50대 이후는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수시대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옛사랑의 추억조차 한숨과 후회 없이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을 가꾸는 일이 아닐까한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만들어 가야한다. 우리 모두 젊은 시절부터 좋은 취미를 만들어야겠다. 취미는 사람을 젊게 할 뿐 아니라 삶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40년 전, 영화 주인공들은 평범하게 살아도 행복했다. 100세 시대 직업도 3번 정도 바꾸어야 한다는데, 그중에 하나는 자신이 즐기고 좋아하는 취미와 직결된 직업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혼밥 먹으며 대접만 바라지 말고,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완전 절친 5명을 만들어 보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친구 5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며 노후 생활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삶이란 혼자서 사는 게 아니다. 친구 5명이 있으면 행복해질 수 있듯이 인생이란 삶의 길을 혼자운전하지 말고, 인생이란 승합차에 함께 갈 수 있도록 양보하고 배려하며 함께 탈 사람을 만들며 살자.
중부매일신문 [오피니언] 아침뜨락 (2018. 06. 20) 발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