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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2월 25일 열이레의 대장정을 마쳤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국내의 정쟁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국제사회가 평가하는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져 정말 다행스럽다. 올림픽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신에게 드리는 제사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제사는 단순히 종교 행사를 넘어 공연 등 다양한 예술 행사와 체육 행사 등이 수반된 종합 문화 행사였다.

 

물론 올림픽은 기본적으로 체육 행사다. 그러나 그 기원에서 보듯이 올림픽은 또한 문화 행사다. 이번 대회 기간 중 많은 경기가 국내외로부터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컬링은 졸지에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경기 종목이 됐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가장 끌었던 것은 개·폐회식 행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폐회식 행사는 올림픽 개최 국가들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개최국은 이를 통해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온 세계에 과시함으로써 자기 나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던 2008 하계올림픽은 장이머우 감독이 개·폐회식 총연출을 맡아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거대한 스케일로 구현해 중국이 세계문화와 문명을 선도했음을 보여줬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은 데이비드 앳킨슨 감독이 총연출을 맡아 캐나다의 역사와 자연을 새로운 영상기술에 녹여 잔잔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송승환 감독은 소박하지만 뛰어난 연출을 통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만방에 소개하는 감동적인 개·폐회식을 만들어냈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포함한 브랜드 가치, 나아가 관광객 유인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적잖이 기여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668억원이라는 예산을 몇 시간의 문화 행사에 기꺼이 투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올림픽 개·폐회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이 한국 문화를 알리는 오메가는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6년 1724만명에 이르렀던 외래관광객은 2017년엔 1333만명으로 크게 줄었다. 아마 중국 한한령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반면 해외로 나간 우리나라 여행객 수는 2015년 1931만명에서 2017년엔 2649만명으로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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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금의 관광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을 통해 보다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 여행을 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최근 한 방송사에서 방영 중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프로그램이 일정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방인 출연자들은 그들과 다른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에 놀라고 감동을 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우리 스스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우리의 전통문화에 큰 관심을 보인다. 우리 스타일로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중음악과 게임 같은 대중문화와 한국 냄새가 묻어나는 우리의 자연유산을 보고 체험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제부터 시작한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면 동계올림픽이라는 큰 잔치는 정말 막을 내린다. 올림픽으로 놀라게 한 우리의 문화에 세계인들은 더욱 주목할 것이다.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존하고 잘 가꾸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들이 이 일에 정책의 우선을 두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우리 문화에 대해 사랑과 관심, 나아가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내가 사랑하지 못하는 문화를 누구에게 봐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요즘 방송을 보면 외국여행 소개와 광고가 부쩍 늘었다. 해외여행을 나무랄 순 없지만 우리의 문화와 자연유산에 대해 과연 우리는 얼마나 알고 느끼고 체험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박양우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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