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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준비와 심리적 문제

총동문회. | 조회 수 322 | 2018.08.01. 17:49

[머니투데이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우리 근대사를 돌아보면 남북 관계의 기상도는 정권에 따라 크게 다른 모습을 띠어왔다. 정권의 이념 그리고 그 이념에 따른 북한에 대한 태도가 남북관계의 흐림과 맑음을 결정해왔기 때문이다.

남한에 대한 북한의 위협에 가중치를 둔 정권은 북한과의 강력한 대치와 팽팽한 긴장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한 정권에서는 통일에 대한 기대보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반대로 북한이 공존의 대상이라는 점에 좀 더 초점을 둔 정권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긴장을 해소함으로써 평화를 존속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러한 정권에서 통일에 대한 기대와 담론이 좀 더 활발히 이루어졌다.

요즘 우리를 둘러싼 국제적 상황을 보면 과거 10년에 비해 남북관계는 확실히 해빙 분위기에 있는 것 같다. 비록 북미 정상회담 이후 그에 따른 후속조치가 미진해 이런저런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얼마 전 사태와 비교하면 상황이 크게 반전되었다. 더군다나 꽉 막혀 있던 남북 관계도 정상회담을 계기로 크게 나아졌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남북한의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교류의 깊이와 정도다. 사이가 좋은 사람들끼리는 다양한 측면에서 주고받으면서 교류하지만 사이가 틀어진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 막혀 있어 오가는 상호작용이 없는 것처럼 국가간의 관계도 이런 이치에서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남북한 탁구단일팀 구성도 그렇고 개성공단 재개방에 대한 기대나 언급, 남북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조치,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북방의 여러 국가와 함께 추진하는 경제협력 등은 남북 관계가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음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우리가 긴장과 대치가 아닌 평화와 공존의 땅에서 살 때 좀 더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을 고려해보면 이와 같은 변화는 분명 좋은 것만은 틀림없다.

이처럼 상황이 우호적일 때 통일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기 싶다. 아마도 이러한 기대는 긴장보다 이완, 경쟁보다 협력이 인간의 심리적 행복과 평화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을 통해 체득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일 수 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 다퉈 대치하고 있을 때 느끼는 긴장과 불편함이 당사자들을 매우 힘들게 하는 반면 화해와 소통이 편안함을 가져오는 것처럼 남북한이 협력할 때 우리의 삶이 더 안락하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 교류가 늘어나고 통일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해서 교류에 따른 문제가 줄어들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과 갈등이 더 빈번하듯이 교류가 늘어나면 서로 의존하는 부분도 증가하고 이해관계가 얽히는 경우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문제와 갈등이 불거져 나오기 마련이다. 비근한 예로 북한이탈주민들이 우리 사회로 들어오면서 그들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편견과 차별을 들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늘어난 교류에 따른 문제나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통일에 제대로 대처해서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적인 협력이나 인적 교류가 이루어진다고 해서 이에 따른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물리적인 문제 못지않게 여러 심리적인 문제를 예측하고 그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이와 같은 준비를 병행할 때 지금 하는 모든 노력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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