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생활문화 전반을 관통하는 키워드를 찾는다면 `소확행(小確幸)`이라고 할 수 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 지난해 11월부터 포털사이트에서 `2018 트렌드 키워드 #1`로 소개됐다. 단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소확행` 해시태그를 검색만 해봐도 연관 게시물을 15만개가량 찾아볼 수 있다. 

소확행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랑겔한스섬의 오후`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오후에 햇빛이 나뭇잎 그림자를 그리는 걸 바라보며 브람스 실내악을 듣는 것` 그는 이렇게 소확행을 묘사한다. 물론 지금 트렌드와 사뭇 다르기는 하지만. 2030세대는 소확행에 열광하고 있다. 거창하고 화려한, 오랜 기간 준비해야 하는 커다란 행복을 추구하느라 모든 것을 유예하는 삶이 아니라 일상과 주변에서 당장 누릴 수 있는 행복과 작은 기쁨의 가치를 일깨우는 이 발상의 전환이 취업, 결혼 등 중대사로 인해 무기력함을 달고 살던 2030세대에겐 무척이나 달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하고만 있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왜 행복에 대한 씀씀이를 줄여야만 했을까. 소확행이 가능한 이유는 `대확행`이 불가능한 사회 구조 때문이지는 않을까. 원대한 목표를 위해 도전을 거듭해 행복을 쟁취하기에는 각박한, 꿈을 위해 일상을 희생하며 달려나가도 확실한 행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그런 사회 말이다. 

 

어쩌면 우리는 만성적 삶의 고단을 치유하기 위해 늘 존재해왔던 일상적 기쁨과 즐거움을 소확행이 라는 말로 포장해 위안 삼는 것일지 모른다. "첫술에 배부르랴." 기성세대에게 전해 배운 고전적인 속담 중 하나다. 물론 조금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마치 우리의 소확행은 첫술, 한술의 행복에 만족하려는 것만 같다. 과연 우리는 한술의 행복에 미소를 띠어야 할 만큼 별 볼 일 없는 일상에 안주하는 사람이어야만 할까. 


이제는 소확행으로 일상을 위로하기보다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인 듯하다. 무엇이 우리를 작은 행복에 안주하게 만들었을까. 행복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그래서 작은 행복도 진정한 행복일 수는 있지만, 우리 행복 저울의 눈금이 작게, 더 작게 획일화하고 있음에 조금의 탄식을 표하고 싶다. 

[김상진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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