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인터뷰는 2013년 6월 중앙대학교 홍보대사 중앙사랑 인터뷰 '파워중앙인'에서 전재하였습니다.]
 
 
 
“삶의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그 안에서 부딪히며 성장해 나의 모습을 찾는 것. 이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고, 내가 걸어온 길이다!”
 
‘2013년 제66회 칸 국제영화제’ 에서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문병곤(영화학과 02학번) 동문. 훤칠한 키에 수려한 외모를 가진 문 동문은 프랑스 칸에 다녀온 이후에도 차기작에 대한 고민으로 바쁘다. 매일 현실에 충실하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을 이야기로 풀어내,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그를 중앙대학교 홍보대사가 만나봤다.
 
 
Part 1. 황금종려상 수상작 ‘세이프’에 대하여
 
Q. 한국인 감독으로는 최초로 칸 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최고상을 받았는데,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처음에는 정말 얼떨떨 했지만, 이제는 좀 안정이 돼서 ‘나에게 참 좋은 일이 일어났구나’라는 걸 실감하고 있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고 고민하라는 격려의 채찍이라 생각합니다.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죠?
 
Q. 1999년 송일곤 감독이 ‘소풀이’라는 영화로 단편 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데 이어, 14년 만의 수상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하셨나요?
 
- 수상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제 측에서 사전에 어떠한 언질도 받지 못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심사위원장이었던 제인 캠피온 감독이 제 이름을 호명했을 때, 정말 얼떨떨했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이 순식간에 집중되니 ‘일단 무대 위로 올라가 상을 받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Q. 수상작 ‘세이프’는 불법 사행성 게임장의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과 도박에 중독된 사내의 이야기를 그렸는데요. 해당 소재와 관련해 특별히 영감을 얻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 회사원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은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 회사를 떠나고 싶어 하더라고요. 하지만 돈을 빨리 모으는데 집착하고 그걸 이루려는 노력을 하면 할수록, 회사 생활에 더욱 얽매이게 되더라고요. 친구들의 그런 모습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
 
Q. 환전소에서 일하는 여대생을 철창과 함께 묘사했는데, 어떤 의도로 이런 장면을 연출하셨나요?
 
- 많은 사람들이 ‘철창’에 대해 물어봅니다. 저는 이 철창을 자본주의 뿐만 아니라, 모든 시스템 또는 체계가 갖고 있는 비극적 단면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즉 사람들이 모든 시스템 또는 체계에 귀속됨으로써 느낄 수 있는 ‘구속적 슬픔’에 대해 보여주려고 했죠.
 
Q. 영화 ‘세이프’는 한 평짜리 컨테이너 박스 안에서 많은 스태프와 4일 간 밤낮 없이 찍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 여름에 촬영을 했습니다. 그것도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먼지로 가득한 지하 주차장에서요. 언급하신 것과 같이 좁은 공간에 갇혀 촬영하느라 곤혹스러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었죠. 하지만 스태프들은 꾹 참고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불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너무 고생했어요.
 
 
Part 2. 영화학과 02학번 문병곤 동문을 만나다.
 
Q. 우리 대학 영화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고, 이야기를 만들고 영화를 통해 그걸 전달하는 일이 즐거울 것 같았어요. 실제로도 많이 즐겁습니다. 어떤 특별한 이유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기 보단, 그냥 이야기를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좋습니다. 영화는 내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말 유용한 도구인 것 같아요. 참 재미있는 도구죠.
  
Q. 선배님의 대학생활은 어땠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 있다면?
 
- 학점은 엉망진창입니다. 여기서 밝히기는 어렵지만, 취업 원서를 쓰면 기계가 먼저 걸러낼 그런 점수입니다. 형편없지요. 하지만 전 학교에서 따지 못한 나머지 학점을 학교 친구들이나 학교 밖 친구들을 통해 채웠다고 생각해요. 열심히 영화를 찍고, 놀고, 싸우고, 고민하면서 말이죠. 제 나름대로, 호기심이 생기는 것에 집중하면서 열심히 다녔던 것 같아요. 남의 평가에 따라 움직이기 보다는 제 판단에 따라 움직였던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실수를 했고, 또 많이 반성했습니다. 앞으로도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될 테지만, 대학이란 울타리 안에서 했던 많은 시도와 실패들은 정말 큰 자산이 된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친구와 함께 떠났던 7박 8일의 자전거 여행입니다. 친구와 함께 부산영화제에 참석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로 종단했거든요. 그 동안 도전해보고 싶었던 자전거 여행에 나서면서 말로는 다 표현 못 할 성취감과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Q. 대학시절 도움이 됐던 수업이나 활동이 있다면?
 
- 전공 수업이 많이 도움 됐습니다. 영화과 학생에겐 당연한 얘기지요. 저는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영화 찍고, 자전거 여행하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세상을 배워나갔던 것 같아요.
 
Q. 모교에 대해 특별히 자부심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일까요?
 
- 대학 동기들과 선후배들의 열정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때입니다. 주로 함께 영화를 찍는 워크숍에서 학과 구성원들이 얼마나 열정적인지 깨달을 수 있었죠. 또 동문들과 어울려 자유롭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자신의 길을 주체적으로 걷기 위해 노력했던 영화학과 재학시절이 지금 회상해보면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Part 3. 후배들에게 전하는 한 마디
  
Q. 가장 인상 깊게 보신 영화는 무엇인가요? 청춘을 살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는 배트맨 시리즈의 ‘다크나이트’입니다. 삶의 어려운 주제를 조커와 배트맨의 갈등으로 쉽게 녹여냈고, 흥미진진하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곧 개봉할 단편영화, 권오강 감독의 ‘돌연변이’와 우문기 감독의 ‘족구왕’입니다. 두 영화 모두 대학생이 주인공으로,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지친 후배들에게 삶에 대한 새로운 자극과 인식을 불어 넣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영화학과 후배들, 그리고 중앙대학교 재학생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 부탁합니다.
 
-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좋은 결과’ 보다는 ‘좋은 습관’을 키우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세요. 현실에 집중하고 끊임 없이 고민하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는 것이 대학생으로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Q. 다음 목표가 궁금합니다.
 
-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보고, 영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가 많은 관객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중앙인 여러분도 각자 자신의 목표를 갖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완성해가길 바랍니다.
 
 
취재 : 홍보대사 김동찬(정치외교학과 4학년)
    홍보대사 강산(전자전기공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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