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초겨울에 생각해보는 영혼의 빛깔

    -성북구청신문 12월호(제488호)2016.11.25발행

 

 

 

초겨울에 생각해보는 영혼의 빛깔

 

                                            류 시 호 / 시인 수필가

 

 

만추의 계절이 멀어져가니 아쉬움이 많다. 중년을 지나고 나니 마음이 바쁘기만 한다. 지난여름은 무덥기는 했지만 벼와 콩, 무, 배추 등 각종농작물이과 밤, 사과, 배, 대추 등의 과일이 풍년이었고, 지금은 집집마다 가을걷이와 겨우살이 김장도 끝을 내서 모두들 마음의 여유가 생겼을 것 같다.

 

 

봄부터 가을까지 햇살 잘 받고 자란 맛있는 사과와 배를 사각사각 소리 나게 베어 먹으면서, 잘 익은 과일의 터지는 투명한 소리에 마음의 주름을 살짝 펴고 그리운 벗을 생각해 보자. 한해를 보내는 지금, 그동안 미안했거나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함의 메시지나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지.

 

요즘 현대인들은 너무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데, 하루정도 사색하며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한다. 하루해가 일찍 지고 오실 오실 추워질 때 고향집 부엌의 애호박 넣고 보글보글 끓는 칼국수처럼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살면 좋겠다.

 

요즘처럼 마음까지 스산해질 때 마음속에 눌러 온 갈망의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뜨거운 물이 되어 보자. 뜨거운 물이 되어 마음을 열면 진정한 벗을 얻는다니 낙엽 진 거리 걸으면서 한번쯤 뒤돌아보며 따스한 영혼을 지니고 살아야겠다. 혼자 빛나는 별이 없듯이, 친구나 지인과 함께 기쁨을 나누면 더욱 빛나게 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부족함보다 못하다고 하는데, 너와 나 모두들 알맞게 누리며 살자.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더 편해지려고 애쓰고 발버둥치는 동안 정작 우리가 얻은 것은 챙긴 것도 없이 귀한 벗만 멀어져간다.

귀하고 소중한 친구 잃기 전에 조금만 자중하며 살자. 계절이 송년을 향해 달리고 있는데 오는 백발이야 작대기로 후려친다지만 살아가며 느끼는 갑갑함은 무엇으로 막을까.

벌레 소리 애잔한 초겨울 밤, 포장마차에서 따끈한 홍합 국물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친구와 소주 한잔하면서 기쁨을 나누자.

우리 모두 고운 기억은 닦아서 달빛으로 광을 내고, 낙엽 긁어 태우면서 향기를 맡아 보자. 바스락 말린 풀꽃과 순수한 낙엽들의 타는 연기(煙氣) 향(香)은 별빛과 함께 우리의 영혼을 빛내줄 것이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다가 갑자기 멈춰 서서 뒤돌아본다고 하는데,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는지 살피기 위해서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일 정신없이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일상생활을 뒤돌아보자. 인디언처럼 영혼이 따라 오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정신없이 산다는 말은 영혼 없이 산다는 것으로 아무리 세상이 바쁘라도 영혼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한다. 모두들 분주하게 세상을 살고 있지만 이제는 여유를 누리며 살며시 영혼의 빛깔에 다가서 보자.

 

농(濃)익은 영혼의 빛깔은 코스모스보다 곱고, 국화보다 향기로우며, 홍시보다 달콤하다고 한다. 초겨울을 보내며 가까운 친구나 지인에게 따스한 영혼의 빛깔을 선물하고 싶다. 그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벗과 마주앉아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 뚝배기와 밥 한 숟가락에 정겨움을 담아야겠다. 우리 모두 한해를 보내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영혼의 빛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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